
지금으로부터 200만 년 전 아프리카 동부지역, 광대한 삼림이 사라진 자리에는 푸른 초원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위로 습격해 오는 거친 바람, 수 킬로미터까지 퍼지는 맹수들의 울음과 함께 밤이 깊어갔다. 생존을 위해 온 신경을 모아 언제든 도망갈 태세를 하고 있는 나약한 동물들, 먹이사슬의 법칙에 따라 긴박하게 움직이는 크고 작은 생명들, 어떤 존재들에겐 그날 밤 보는 별이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몇 백 미터마다 간간이 자리 잡은 나무 위 또는 포식자의 손에 닿지 않는 바위틈에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이 삼삼오오 숨어 있었다. 그들이 바로 파란트로푸스와 호모 하빌리스라는 유인원들이다. 그들에게 밤은 너무나 길었다.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

톨카로 가던 도중 첫 번째 만난 손님, 히말라야견. 우리가 인기척을 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양지바른 집 앞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마을이 고요하고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마을로 들어서자 머얼리 설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수록 점점 설산이 가까워진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 듯했다. 2월 겨울인데도 톨카에서는 아직 야채를 재배중이고 어느 집 앞마당에 있는 나무에는 이름모를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습곡 아래 강 건너에 있는 마을에는 다랭이논이 펼쳐져 있었다. 습곡 강 건너가 트레킹의 하산 마지막 지점인 시와이(Siwai)쯤 되는 것 같았다. 설산에는 시간마다 구름층이 오고가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째날 목적지인 란드룩으로 가는 내내 구름이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한동안 ..

포타나에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너머 롯지들이 나왔다. 앞마당에 야외테이블이 있는 롯지도 있고, 규모가 꽤 큰 2층으로 된 롯지도 보였다. 야외테이블 넘머 광활한 산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산 위로 커다란 구름층이 몰려오고 있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포타나를 지나자 울창한 숲이 나왔다. 몇백 년이나 된 나무들일까. 원시림이 펼쳐진다. 머얼리 설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안나푸르나일까. 꽤 멀어 보인다. 트레킹 첫날 처음 보는 설산이었다. 포타나를 지나 피탐데우랄리(Pitam Deurali)쯤 되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통신이 되었다 안되었다 반복되기 때문에 나중에 사진 위치정보를 보니 룸레(Lumle)로 나왔다. 하지만 네팔 현지 지도를 보면 피탐데우랄리가 맞는 것 같았다. 어디를 가나 만..

오전 11시경부터 칸데에서 시작한 트레킹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 오르막이 나왔다. 북한산 백운대 코스도 숨이 가쁜데, 여긴 더 심한 것 같았다. ABC까지 우리의 짐을 날라줄 청년 포터들은 20킬로그램 정도의 배낭을 메고도 호흡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고 사뿐사뿐 나아갔다. 반면에 우리는 시작부터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찼다. ABC트레킹 위해 3~4개월 전부터 매주 북한산에서 나름 훈련한다고 했지만 800미터의 북한산과 1,700미터의 안나푸르나 시작지점과는 고도 차이는 분명 다른 듯했다. 첫 번째 마을인 오스트리안캠프 이정표가 나타났다. 쉬는 중간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몇 장의 트레킹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더니, “북한산 멋있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정말 그랬다. 오스트리안캠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꼭 ..

네팔 현지에서 가이드로부터 받은 안나푸르나 지도다. 지도와 함께 트레킹 루트, 버스, 택시 등의 교통, 강, 산, 롯지, 학교 등 기본 기호들을 숙지하면 좋다. 낯선 지명과 지형 때문에 처음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트레킹을 갔다오고 난 뒤, 한국에 돌아와서야 전체 그림이 그려졌으니까. 그래서 각 마을 지명과 고도를 미리 외워두면 트레킹에 유리하다. 사실 고도계가 달린 시계를 가지고 갔다. 내 시계는 해발 100미터 정도의 오차범위가 있었다. 오차범위를 수정했어야 했으나 작동법이 복잡하여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현장에 가 보니 별도의 고도계가 필요 없었다. 이정표마다 고도를 표시하고 있고 마을마다 고도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일반시계를 차고 가고 충분하다. 그리고 이왕이면 각 마을에 대한 ..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기기들이 학교, 은행, 음식점,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서 함께 보는 미디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때가 있었다. 그 기기들이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가정에 보급되었지만 ‘여럿이 함께 보는 미디어’라는 특성은 버리지 못했다. 어릴 적 내게 과자봉지나 지나간 신문에 박힌 글자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라디오였다. 서울 변두리에서 살았지만 저녁엔 촛불을 켜고 살았다. 그래도 라디오만큼은 건전지가 남아 있는 한 온 식구가 귀를 기울이며 드라마나 뉴스 같은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단단히 했다.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 하루도 유쾌하게!” 같은 오프닝 테마가 흘러나오는 을 들으면서 눈을 떴고, 어둠이 시나브로 깔려가는 초저녁엔 를 즐겨 듣곤 했다. 물론 텔레비전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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