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경부터 칸데에서 시작한 트레킹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 오르막이 나왔다. 북한산 백운대 코스도 숨이 가쁜데, 여긴 더 심한 것 같았다. ABC까지 우리의 짐을 날라줄 청년 포터들은 20킬로그램 정도의 배낭을 메고도 호흡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고 사뿐사뿐 나아갔다. 반면에 우리는 시작부터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찼다. ABC트레킹 위해 3~4개월 전부터 매주 북한산에서 나름 훈련한다고 했지만 800미터의 북한산과 1,700미터의 안나푸르나 시작지점과는 고도 차이는 분명 다른 듯했다. 첫 번째 마을인 오스트리안캠프 이정표가 나타났다. 쉬는 중간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몇 장의 트레킹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더니, “북한산 멋있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정말 그랬다. 오스트리안캠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꼭 ..
네팔 현지에서 가이드로부터 받은 안나푸르나 지도다. 지도와 함께 트레킹 루트, 버스, 택시 등의 교통, 강, 산, 롯지, 학교 등 기본 기호들을 숙지하면 좋다. 낯선 지명과 지형 때문에 처음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트레킹을 갔다오고 난 뒤, 한국에 돌아와서야 전체 그림이 그려졌으니까. 그래서 각 마을 지명과 고도를 미리 외워두면 트레킹에 유리하다. 사실 고도계가 달린 시계를 가지고 갔다. 내 시계는 해발 100미터 정도의 오차범위가 있었다. 오차범위를 수정했어야 했으나 작동법이 복잡하여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현장에 가 보니 별도의 고도계가 필요 없었다. 이정표마다 고도를 표시하고 있고 마을마다 고도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일반시계를 차고 가고 충분하다. 그리고 이왕이면 각 마을에 대한 ..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기기들이 학교, 은행, 음식점,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서 함께 보는 미디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때가 있었다. 그 기기들이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가정에 보급되었지만 ‘여럿이 함께 보는 미디어’라는 특성은 버리지 못했다. 어릴 적 내게 과자봉지나 지나간 신문에 박힌 글자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라디오였다. 서울 변두리에서 살았지만 저녁엔 촛불을 켜고 살았다. 그래도 라디오만큼은 건전지가 남아 있는 한 온 식구가 귀를 기울이며 드라마나 뉴스 같은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단단히 했다.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 하루도 유쾌하게!” 같은 오프닝 테마가 흘러나오는 을 들으면서 눈을 떴고, 어둠이 시나브로 깔려가는 초저녁엔 를 즐겨 듣곤 했다. 물론 텔레비전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
아침이 밝았다. 호텔에서 조식을 간단하게 하고 여행사에서 준비한 다인승 밴을 타고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으로 갔다. 기상악화로 오전에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를 놓칠 경우 트레킹 전체 일정이 뒤틀리기 때문에 일찍 서둘러 나섰다. 국내선 공항 역시 작고 소박했다. 포카라행 비행기표를 받았다. 좌석 위치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장관을 보려면, 갈 때에는 오른쪽에, 카트만두로 되돌아 올 때에는 왼쪽에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발 오른쪽 창가로 당첨되길 바랐다. 하지만 운수 나쁘게 왼쪽 좌석에 당첨되었다. 미리 말하자면 ABC트레킹을 끝내고 카트만두로 돌아올 때에는 왼쪽 창가쪽 좌석에 앉게 되었다. 그때 본 히말라야 산맥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말농장에 참여한 지가 벌써 꽤 되어간다. 처음엔 집 근처에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시간 날때마다 보물이라도 보듯이 혼자서 살짝 찾아와 손바닥 만한 밭을 보곤 했다. 물론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방치하고 있다. 농사라곤 씨 뿌리고 물 줘야한다는 것만 알았을 뿐 이론도 실천도 의지도 미천하기 그지 없지만 어쨌든 도심 근처에서 마음만으로 밭을 가꾼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주말마다 대신 정성스럽게 잡초를 뽑고 밭을 돌보아주는 다른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잡초를 뽑지 않고 곡식과 채소를 함께 키우는 농사법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무농약 유기농 농법은 들어봤어도 잡초 농법은 처음이었다. 잡초를 뽑지 않고..
레드 플래닛 (Red Planet, 2000)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e페이퍼 기술 화성탐사를 주제로 한 에서 탐사 대원들은 둥근 막대 모양을 한 봉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봉에서 두루마리처럼 20인치 이상의 와이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뽑아내 종이처럼 사용한다. 2000년에 개봉된 영화지만 불과 8년 만에 이 기술은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폭로 (Disclosure, 1994) 가상현실에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디지털도서관 마이클더클라스와 데미무어 주연의 는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를 상대로 한 성폭력을 다룬 영화로 개봉 당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영화이다. 여성 상사의 모함으로 위기에 처한 부하가 증거를 찾기 위해 회사의 가상 디지털자료실을 찾는 모습은 지금 보아도 신선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오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새벽부터 눈이 쏟아졌다. 일찍 서둘렀지만 길이 엄청 막혔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생긴 이후로 처음 와봤다. 제1여객터미널에서도 한참 더 들어갔다. 공항에는 제법 눈이 쌓여 있었다. 제설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로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구부리고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서 예술작품 동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엘지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한 것을 전시해 놓은 듯하다. 볼만하고 아름답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대한항공 KE695 직항편으로 6시간 40분 동안 3,985킬로미터를 날아 네팔까지 갔다. 미리 준비한 음악이나 팟캐스트 파일이 넉넉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새벽부터 나선 길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잠도 청했다. 비행기가 고도..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 해 12. 9.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 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 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어 청구인측 증거인 갑 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두 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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