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이 밝았다. 호텔에서 조식을 간단하게 하고 여행사에서 준비한 다인승 밴을 타고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으로 갔다. 기상악화로 오전에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를 놓칠 경우 트레킹 전체 일정이 뒤틀리기 때문에 일찍 서둘러 나섰다. 국내선 공항 역시 작고 소박했다. 포카라행 비행기표를 받았다. 좌석 위치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장관을 보려면, 갈 때에는 오른쪽에, 카트만두로 되돌아 올 때에는 왼쪽에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발 오른쪽 창가로 당첨되길 바랐다. 하지만 운수 나쁘게 왼쪽 좌석에 당첨되었다. 미리 말하자면 ABC트레킹을 끝내고 카트만두로 돌아올 때에는 왼쪽 창가쪽 좌석에 앉게 되었다. 그때 본 히말라야 산맥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말농장에 참여한 지가 벌써 꽤 되어간다. 처음엔 집 근처에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시간 날때마다 보물이라도 보듯이 혼자서 살짝 찾아와 손바닥 만한 밭을 보곤 했다. 물론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방치하고 있다. 농사라곤 씨 뿌리고 물 줘야한다는 것만 알았을 뿐 이론도 실천도 의지도 미천하기 그지 없지만 어쨌든 도심 근처에서 마음만으로 밭을 가꾼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주말마다 대신 정성스럽게 잡초를 뽑고 밭을 돌보아주는 다른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잡초를 뽑지 않고 곡식과 채소를 함께 키우는 농사법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무농약 유기농 농법은 들어봤어도 잡초 농법은 처음이었다. 잡초를 뽑지 않고..

레드 플래닛 (Red Planet, 2000)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e페이퍼 기술 화성탐사를 주제로 한 에서 탐사 대원들은 둥근 막대 모양을 한 봉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봉에서 두루마리처럼 20인치 이상의 와이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뽑아내 종이처럼 사용한다. 2000년에 개봉된 영화지만 불과 8년 만에 이 기술은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폭로 (Disclosure, 1994) 가상현실에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디지털도서관 마이클더클라스와 데미무어 주연의 는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를 상대로 한 성폭력을 다룬 영화로 개봉 당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영화이다. 여성 상사의 모함으로 위기에 처한 부하가 증거를 찾기 위해 회사의 가상 디지털자료실을 찾는 모습은 지금 보아도 신선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오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새벽부터 눈이 쏟아졌다. 일찍 서둘렀지만 길이 엄청 막혔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생긴 이후로 처음 와봤다. 제1여객터미널에서도 한참 더 들어갔다. 공항에는 제법 눈이 쌓여 있었다. 제설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로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구부리고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서 예술작품 동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엘지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한 것을 전시해 놓은 듯하다. 볼만하고 아름답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대한항공 KE695 직항편으로 6시간 40분 동안 3,985킬로미터를 날아 네팔까지 갔다. 미리 준비한 음악이나 팟캐스트 파일이 넉넉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새벽부터 나선 길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잠도 청했다. 비행기가 고도..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 해 12. 9.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 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 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어 청구인측 증거인 갑 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두 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

ABC트레킹에 대한 기본 정보와 준비물에 대한 이해를 끝냈으면 이제 네팔에 가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처음 가는 분들이라면 네팔 여행사(국내 또는 현지 여행사)를 선택하고 일정, 숙소, 트레킹 코스, 가이드와 포터, 비용 등에 대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물론 여행사, 가이드, 포터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있으나 직접 경험해 보니 가이드와 포터 없이 ABC트레킹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았다. 가이드와 포터 없이 단독으로 가려면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네팔에서 포카라 가는 항공권 구입하는 문제, 트레킹 코스마다 숙소를 정하는 문제, 트레킹퍼밋(TIMS카드+국립공원 입장료) 발급 문제, 해발 3천 미터 이상에서 만나게 되는 폭설 문제 외에도 크고 작은 난관들을 초보자가 극복한다는 게..

ABC트레킹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준비물이다. 봄부터 겨울까지 모든 계절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 배낭 우선 짐은 개인 배낭과 포터(porter)가 맡을 배낭(또는 카고백)으로 나누면 된다. 개인 배낭은 대략 30~50리터에 6~7킬로그램 정도의 무게로 맞춰주고, 포터 배낭(또는 카고백)은 70~100리터에 20킬로그램 이내의 무게로 맞춰주면 적당하다. 트레킹을 하다보면 포터들이 너무 과한 무게의 짐을 지고 가는 것을 자주 보았다. 네팔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고산병과 산악지대에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포터를 고용할 경우라면 카고백의 경우 배낭처럼 멜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포터들의 수고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다. 난 내..

재미있게 술술 넘어가요 평범한 한 여성의 80년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에세이 김두환 집 앞 집에 살았던 꼬마가 북촌, 종로 등을 배경으로 당시 풍경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책! 『북촌 애기씨』는 크게 2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수수반자루〉, 〈제2의 고향 벽제〉, 〈전혜린 두 번 만나다〉, 〈J를 추모하며〉, 〈청와대 경호원〉, 〈하느님 거기 계셨네〉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엄마는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뭐든지 열심히 일하셨다. 그러면서도 어느 늦은 가을 김장을 위해 고춧가를 살 것인가 폴모리아 악단 음반을 살 것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해 가을 김장을 과감히 버리고 폴로리아 악단 전집을 뿌듯하게 들고 오셨다. 그 음악들은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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