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새벽부터 눈이 쏟아졌다. 일찍 서둘렀지만 길이 엄청 막혔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생긴 이후로 처음 와봤다. 제1여객터미널에서도 한참 더 들어갔다. 공항에는 제법 눈이 쌓여 있었다. 제설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로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구부리고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서 예술작품 동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엘지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한 것을 전시해 놓은 듯하다. 볼만하고 아름답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대한항공 KE695 직항편으로 6시간 40분 동안 3,985킬로미터를 날아 네팔까지 갔다. 미리 준비한 음악이나 팟캐스트 파일이 넉넉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새벽부터 나선 길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잠도 청했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서 네팔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등성이마다 올망졸망 모여있는 마을들이 보였다. 3,200만 명 네팔 사람들 중에 카트만두에 약 100만 명, 포카라에 약 20만 명 등 일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산악지대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거나 관광수입으로 먹고 산다. 저 많은 산 중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안나푸르나가 있다. 인터넷으로 수없이 안나푸르나를 검색해서 사진을 보았지만, 사진은 그저 사진일 뿐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이 진짜니까.
드디어 카트만두 공항에 내렸다. 카트만두 공항에는 보딩브릿지(Boarding Bridge-비행기와 탑승입구를 연결하는 통로)가 없다. 내려서 버스틀 타고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입국장 건물은 매우 소박하고 단촐하다. 한국의 시골 버스터미널 같은 느낌이다. 공항에서 15일짜리 비자를 25달러에 발급받았다.
카트만두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매케한 공기가 우리를 맞았다. 공기가 매우 탁했다. 공항 입구는 매우 번잡하고 정신없었다. 여행사들이 준비한 다인승 차량과 택시들이 무질서하게 오갔다. 네팔엔 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한 단체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다인승차량마다 여행가방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우리가 첫날 잠을 잔 3성급 호텔이다. 호텔입구에는 마리골드 꽃이 선명하다. 우리나라 금잔화와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른데, 네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꽃이다. 향기가 진하고 좋아 네팔에서 장식용으로 흔하게 볼 수 있다.
호텔 부근에 있는 타멜거리에서 상점과 재래시장 등을 구경했다. 우리나라 영등포 시장같은 느낌이다.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한국식당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 간판도 보인다. 자전거 수레에 과일을 파는 행상도 보인다.
길거리에는 색상이 화려한 의류 가게가 많다. 진열된 제품이 대부분 100% 캐시미어란다. 야크털이 많은 것 같았다.
카트만두 카멜거리에 있는 네팔 전통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달밧이라는 요리다. 앞으로 트레킹 내내 주식으로 먹야할 음식이다. 쌀은 베트남 남방미 같았다. 양고기 커리, 녹두죽, 그리고 튀긴 쌀과자와 간단한 야채(무와 홍당무)가 함께 곁들어져 나왔다. 오랜 비행시간으로 시장했던지 맛있게 먹었다. 우리나라 백반처럼 건강식이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POP자 들어가는 술집을 몇 군데 가보았다.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 여행자들, 그들의 흡연, 그리고 시끄럽게 울려대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음악 때문에 되돌아 나왔다. 대신 근처 입구에 수호상이 멋지게 서 있는 호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호텔 입구 한켠에 마련된 라이브 밴드 음악까지 즐길 수 있었다.
우리가 시켜 먹은 네팔 현지 맥주다. 네팔 현지 맥주로 구르카나 에베레스트는 들어봤는데, 이건 좀 생소한 맥주다. 별도의 안주없이 맥주만 시키자, 네팔 땅콩을 무료로 주었다. 맥주 한 병에 700루피,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라이브 밴드음악과 어울리는 맥주 맛은 일품이었다. 꼭 수제맥주처럼 맛이 진하고 상쾌했다. 트레킹 내내 먹었던 네팔 럼주 쿠크리(khukri)와 함께 꼭 먹어봐야 할 맥주다.
장시간 비행시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노곤한 상태에서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첫날은 무척 깊은 잠을 잤다. 그렇게 카트만두의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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