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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에 참여한 지가 벌써 꽤 되어간다. 처음엔 집 근처에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시간 날때마다 보물이라도 보듯이 혼자서 살짝 찾아와 손바닥 만한 밭을 보곤 했다. 물론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방치하고 있다.
농사라곤 씨 뿌리고 물 줘야한다는 것만 알았을 뿐 이론도 실천도 의지도 미천하기 그지 없지만 어쨌든 도심 근처에서 마음만으로 밭을 가꾼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주말마다 대신 정성스럽게 잡초를 뽑고 밭을 돌보아주는 다른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잡초는 없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잡초를 뽑지 않고 곡식과 채소를 함께 키우는 농사법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무농약 유기농 농법은 들어봤어도 잡초 농법은 처음이었다. 잡초를 뽑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발상 자체가 꽤 충격적이었다.
인류가 농사를 짓는 순간부터 잡초와의 투쟁은 우리 DNA 깊숙이 인지되고 있는 커다란 통념이다.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천 년 동안 지켜오던 것이 일순간에 뿌리째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잡초를 뽑지 않고 곡식이나 채소를 함께 키우면 잡초가 풍성해지고, 그 안에서 서식하는 곤충이 늘어나면서 곡식과 채소를 둘러싼 주변 생태계가 풍부해진다. 그 결과 땅이 비옥해지기 때문에 과거의 농법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오히려 더 증가할 뿐만 아니라 잡초와의 경쟁에서 생존력을 키운 곡식과 채소의 종자가 더욱 튼튼하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로 잡초를 제거해온 농법은 인류의 다양한 삶 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어 왔다. 전쟁의 논리, 정치의 좌우파 논리, 선진국과 제3세계, 이슬람과 기독교, 그리고 우리 인식의 깊숙한 곳에도 그런 논리가 가득한지도 모르겠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톱파리들로 뒤덮여 있지만 톱파리의 천적인 들쥐가 서식하지 않았던 뉴파운드랜드섬에 1958년부터 들쥐의 수입이 시작되었다. 캐나다 정부는 1962년에 이 작은 젖먹이 동물인 들쥐의 수입으로 인해 톱파리를 퇴치하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섬에 수입된 들쥐들은 천적이 없는 가운데 번식을 계속하여 섬 전체를 채워버렸다. …… ‘자연의 정복’이라는 말은 ‘모든 자연들은 인간의 편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네안데르탈시대의 생물학과 철학’으로부터 나온 오만불손한 말이다. 이처럼 원시적인 수준의 인식론에 머물러 있는 과학이 최신의 가공할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그 총구가 곤충을 향해 그리고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를 향해 겨누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고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침묵의 봄 (Silent Spring)」, 196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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