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누단다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서 주민들이 밭을 갈고 있다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평화로운 마을이다. 입구에는 돌들이 쌓여 있었다. 트레킹 내내 돌계단을 관찰하면서 왔기 때문에 돌들에 눈이 갔다. 낮고 촘촘하며 가지런한 돌계단이다. 동양인에게 딱 알맞게 만들어 놨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돌계단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자연스럽게 트레커들도 혜택을 받고 있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할 롯지다. 힌두교 경전을 담은 오색기가 펄럭이고, 롯지 뒤에 있는 산 너머로 커다란 구름과 설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롯지에는 전 세계에서 온 많은 트레커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모여 들었다. 점심을 먹는 도중에도 여러 팀의 트레커들이 오고갔다. 트레커들은 롯지에서만큼은 느긋하게 움..
란드룩과 지누단다 사이의 계곡에는 많은 철다리가 있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다리이며, 트레커들을 베이스캠프로 안내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뉴브릿지 위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네팔 현지 지도를 보면 지누단다 마을 근처에 새로 생긴 287미터의 매우 긴 다리는 ‘Bridge’라고 표기하고 있는 반면에, 히말파니(Himalpani) 부근의 다리에 ‘New Bridge’라고 표기하고 있다. 트레킹 중에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다리에는 ‘Donated By Kadoorie, Agricul Tural Aid Association British Gurkhas Nepal’이라는 기념석이 있다. 영국농업원조협회의 카두리라는 사람이 기부했다는 뜻이다. 아니 카두리라는 단체이름일지도 모..
적막한 마을 톨카를 지나 란드룩으로 가는 길에 처음 사람을 만났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동네 꼬마들. 짖굳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시간을 보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초등학생 3~4학년쯤 되는 것 같았다. 슬리퍼에 겨울과 가을 중간쯤의 옷을 입고 있었다. 네팔에는 인도 아리안 계열 외에 30~50여 소수 민족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지만 외지인들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튼 뭐가 되었든 아이들 표정이 밝고 예뻤다. 우리 일행도 아이들을 만나자 함박꽃처럼 웃었다. 안나푸르나 오지에서 티없이 맑은 아이들을 만난다는 게 이처럼 행복한 일이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한국에서 준비해 온 노트와 펜을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
톨카로 가던 도중 첫 번째 만난 손님, 히말라야견. 우리가 인기척을 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양지바른 집 앞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마을이 고요하고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마을로 들어서자 머얼리 설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수록 점점 설산이 가까워진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 듯했다. 2월 겨울인데도 톨카에서는 아직 야채를 재배중이고 어느 집 앞마당에 있는 나무에는 이름모를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습곡 아래 강 건너에 있는 마을에는 다랭이논이 펼쳐져 있었다. 습곡 강 건너가 트레킹의 하산 마지막 지점인 시와이(Siwai)쯤 되는 것 같았다. 설산에는 시간마다 구름층이 오고가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째날 목적지인 란드룩으로 가는 내내 구름이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한동안 ..
포타나에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너머 롯지들이 나왔다. 앞마당에 야외테이블이 있는 롯지도 있고, 규모가 꽤 큰 2층으로 된 롯지도 보였다. 야외테이블 넘머 광활한 산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산 위로 커다란 구름층이 몰려오고 있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포타나를 지나자 울창한 숲이 나왔다. 몇백 년이나 된 나무들일까. 원시림이 펼쳐진다. 머얼리 설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안나푸르나일까. 꽤 멀어 보인다. 트레킹 첫날 처음 보는 설산이었다. 포타나를 지나 피탐데우랄리(Pitam Deurali)쯤 되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통신이 되었다 안되었다 반복되기 때문에 나중에 사진 위치정보를 보니 룸레(Lumle)로 나왔다. 하지만 네팔 현지 지도를 보면 피탐데우랄리가 맞는 것 같았다. 어디를 가나 만..
오전 11시경부터 칸데에서 시작한 트레킹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 오르막이 나왔다. 북한산 백운대 코스도 숨이 가쁜데, 여긴 더 심한 것 같았다. ABC까지 우리의 짐을 날라줄 청년 포터들은 20킬로그램 정도의 배낭을 메고도 호흡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고 사뿐사뿐 나아갔다. 반면에 우리는 시작부터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찼다. ABC트레킹 위해 3~4개월 전부터 매주 북한산에서 나름 훈련한다고 했지만 800미터의 북한산과 1,700미터의 안나푸르나 시작지점과는 고도 차이는 분명 다른 듯했다. 첫 번째 마을인 오스트리안캠프 이정표가 나타났다. 쉬는 중간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몇 장의 트레킹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더니, “북한산 멋있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정말 그랬다. 오스트리안캠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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