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적막한 마을 톨카를 지나 란드룩으로 가는 길에 처음 사람을 만났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동네 꼬마들. 짖굳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시간을 보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초등학생 3~4학년쯤 되는 것 같았다. 슬리퍼에 겨울과 가을 중간쯤의 옷을 입고 있었다.
네팔에는 인도 아리안 계열 외에 30~50여 소수 민족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지만 외지인들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튼 뭐가 되었든 아이들 표정이 밝고 예뻤다.
우리 일행도 아이들을 만나자 함박꽃처럼 웃었다. 안나푸르나 오지에서 티없이 맑은 아이들을 만난다는 게 이처럼 행복한 일이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한국에서 준비해 온 노트와 펜을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이 커서 한국에서 온 아저씨 트레커들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과 헤어지고 난 다음 다시 바삐 길을 나섰다. 해는 떨어지고 마을마다 불빛이 들어오고 주변에는 짙은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트레킹 첫날 밤이 지나갔다.
란드룩의 아침이 밝았다. 새벽 5시경부터 눈을 떴다. 롯지의 다이닝홀 너머로 태양이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치 지리산의 아침처럼 산봉우리들이 구름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설산도 고요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조금 후 태양이 떠오르면서 설산 봉우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5분, 10분, 15분…. 시간이 지날수록 설산 봉우리는 찬란한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일대 장관이 펼쳐졌다.
아침에서야 란드룩과 습곡 건너 간드룩의 풍경이 제대로 들어왔다. 란드룩 롯지에서 발견한 대규모 다랭이논이다. 농한기라 대부분 다랭이논들은 비어 있었다.
네팔 청년들도 더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로 떠나거나 해외로 떠난다고 했다. 네팔 인구중 500만 명 정도가 해외에서 노동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네팔 국가 경제의 한 축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서 노동자로 일하는 것 외에 여행업(여행사, 가이드, 포터)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들 외에 마을에서는 청년들을 보기 어려웠다. 노인과 여성, 아이들이 마을을 지키며 농사일을 한다. 아무튼 란드룩에서 본 다랭이논 규모는 대단했다. 나중에 하산지점이 시와이에서 습곡 건너 란드룩을 보았을 때에도 다랭이논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오늘은 뉴브릿지를 지나 지누단다와 촘롱을 거쳐 시누와까지 갈 예정이다. 오늘은 또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설산은 점차 다가오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trek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ABC트레킹] 평화로운 마을 지누단다 (0) | 2021.04.30 |
---|---|
[ABC트레킹] 겁나게 길고 무서운 뉴브릿지 (0) | 2021.04.28 |
[ABC트레킹] 꿈꾸는 히말라야 당나귀 | Today Netizen News(TNN) (0) | 2021.04.26 |
[ABC트레킹] 네팔 상공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파노라마 (0) | 2021.04.23 |
[ABC트레킹] 고요한 마을 톨카 (0) | 2021.04.14 |
- Total
- Today
- Yesterday
- abc트레킹
- 이태원참사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여론조사
- 윤석열지지율
- 생강효능
- 식초
- 네팔
- 마른 생강
- 히말라야
- 파뿌리
- 약쑥
- 외교참사
- 자서전
- 안나푸르나
- 대파
- 생강 효능
- 생강
- 이재명
- 녹차
- 달걀
- 기본소득당
- 더불어민주당
- 에세이
- 윤석열
- 마늘
- 벌꿀
- 대추
- 식초 효능
- 모닝컨설트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