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누단다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서 주민들이 밭을 갈고 있다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평화로운 마을이다. 입구에는 돌들이 쌓여 있었다. 트레킹 내내 돌계단을 관찰하면서 왔기 때문에 돌들에 눈이 갔다.
낮고 촘촘하며 가지런한 돌계단이다. 동양인에게 딱 알맞게 만들어 놨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돌계단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자연스럽게 트레커들도 혜택을 받고 있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할 롯지다. 힌두교 경전을 담은 오색기가 펄럭이고, 롯지 뒤에 있는 산 너머로 커다란 구름과 설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롯지에는 전 세계에서 온 많은 트레커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모여 들었다. 점심을 먹는 도중에도 여러 팀의 트레커들이 오고갔다. 트레커들은 롯지에서만큼은 느긋하게 움직였다.
롯지 마당에서 히말라야견들이 평화로운 낮잠을 청하고 있다.
롯지에서 만난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큰 언니가 막내를 포대기에 싸안고 있다. 옛날 한국에서도 많이 보던 모습이다.
인도 아리안족 계열인 듯한 롯지 주인장이 앞마당에 있는 돌을 다듬고 있는 중이다. 쉬고 있던 우리 포터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다.
ABC 트렉에는 곳곳에 돌계단이 있다. 아주 오랜 전부터 길을 닦아 온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서 가이드 라마 씨에게 물었더니, 롯지 대표들과 마을 주민들이 끊임없이 협업해서 만들어 낸 결과라고 했다. 그래서 ABC 트렉은 롯지와 롯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돌계단 네트워크’라고 붙여도 좋을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시간과 노력과 땀이 만들어 낸 돌계단 네트워크, ABC트레킹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오늘도 이 돌계단으로 주민들, 트레커들, 가이드와 포터들, 노새들, 히말라야견들이 오고간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촘롱으로 가는 길이다. 시작부터 오르막이 심상치 않았다. 가이드 라마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트레커들에겐 가파르고 험해서 ‘악’소리가 나는 지옥의 길입니다.”
직접 겪고 보니 북한산 백운대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았다. 예전에는 북한산을 하루에도 두 번씩 오르곤 했었는데…. 힘이 부친다.
2시간 넘게 비지땀을 흘리고 끙끙대며 오른 정상, 지누단다 다랭이논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깔딱고개가 끝나가는 듯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르던 우리는 배낭을 풀고 잠시 숨을 돌렸다. 고생이 끝난 듯 동료가 환하게 웃는다.
마르디 히말 트렉(Mardi Himal Trek) 위에는 짙은 구름이 몰려오고, 그 하늘 위로 솔개가 빙빙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아마도 어느 집 병아리나 닭을 노리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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