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와에 도착했다. 뒤돌아보니 촘롱이 또 까마득하게 보였다. 촘롱을 지나면 큰 시누와가 나오고, 더 올라가면 작은 시누와가 나온다. 우리가 잠을 잘 곳은 작은 시누와다. 촘롱에서 미친듯한 내리막을 내려온 만큼 작은 시누와까지는 다시 미친듯한 오르막이다.
큰 시누와 어느 롯지엔 아이들의 털신을 말리고 있었다. 습도가 높은 안나푸르나에선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빨래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서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린 트레킹 내내 거의 빨래를 하지 않았다. 양말과 속옷을 여러벌 준비해서 번갈아 갈아입는 방법을 택했는데 이 방법이 적절한 것 같았다.
작은 시누와에 도착했다. 롯지 앞 터가 넓은 공터에서 잠시 쉬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마차푸차레가 성큼 가까이 다가왔고 선명하게 보였다.
작은 시누와 롯지에 도착하자 여성트레커가 히말라야견과 놀고 있었다.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니 폴란드에서 왔다고 했다.
우리는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롯지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쪽 좌석에는 주인장 아들인 듯한 꼬마가 겨울이불에 몸을 담고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성수기 때에는 방이 부족해서 이런 롯지 식당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가 떨어지자 롯지에는 추위가 본격적으로 몰려왔다. 춥긴 춥다. 온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패딩에 방한모까지 쓰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마차푸차레 쪽을 보았다. 구름이 산 중턱에 걸려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하늘은 쾌청한데 구름이라니. 그런데 시시각각 구름과 마차푸차레의 풍경이 달라졌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밤부를 향해 걸어간다. 겨울인데도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이제 아침을 먹고 난 뒤 밤부로 향할 계획이다.
마을마다 다른 풍경, 오늘은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릴지 조용히 안나푸르나를 지키는 마차푸차레는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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