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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마시고 옥장천 맛보시라(始飯天池水. 再嘗泉水)

샘물은 한없이 달디다니라(其味甘潔相等)-백두강산 지략에서-

 

군이여 그대 천지에 오르면(渚君若到天池上)

은병에 옥장수를 꼭 담아오시라.(須把銀壺灌玉漿)-백두산기에서-

 

백운봉에 있는 옥장천의 샘물은 거울보다 더 맑고 얼음보다 더 차다. 이 샘물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자못 큰 깨우침을 준다.

 

옥황상제한테는 사랑하는 딸 둘이 있었다. 거울이 없는 탓으로 하여 두 딸은 처녀로 자라날 때까지 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딸들은 어머니한테 흥흥거리기 시작하였다.

"어머니, 인간세상에 제 얼굴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이 있대요. 그것을 얻어다 주세요." 맏딸이 이렇게 조르기 시작하였다.

"얼굴을 비춰봐선 뭘 하겠니? 너희들은 다 고운데."

"어머니, 그래도 제 얼굴을 절로 보고 싶은데요."

둘째딸도 언니를 거들어 칭얼거렸다.그후부터 딸들은 어머니와 거울을 얻어오라고 늘 졸라댔다.

어머니는 난처하게 되었다. 딸들의 요구를 조건 막아 버리자니 계속 칭얼거렸고 딸들의 요구를 들어주자니 무엇으로 얼굴을 비출 수 있다는 거울을 만드는지도 모르지.

 

하루는 백두산에서 사는 백운신령이 천궁으로 찾아왔다. 그때 어머니는 자기의 딱한 사정을 백운신령에게 이야기하였다.

"저 딸애들이 제 얼굴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내라고 야단이란 말이여. 듣자니 인간세상에 그런 거울이 있다는데..."

"근심하지 마옵소서. 소인이 집에 가서 하나 만들어 보내겠소이다."

"고맙네."

"천만의 말씀이오이다."

 

백운봉으로 돌아온 백운신령은 백운봉에서 옥돌을 뽑아내었다. 그는 밥곽(도시락)만큼 두꺼운 옥돌을 손 바닥두께만큼 되게 간 다음에 옥거울을 만들었다.

 

거울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딸들은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니, 거울을 보자요." 두 딸은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거울 하나를 가지고 어떻게 둘이 함께 보겠니?"

"그럼 언니부터 보게 하세요."

어머니는 맏딸에게 거울을 주었다. 동그란 거울은 그야말로 정교하게 만든 것이었다. 앞으로는 얼굴을 비추어볼 수 있게 하였고 뒤에다는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새겨넣었다. 그 솜씨가 섬세하고 그 모습이 완연하에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아이, 깜찍하게도 만들었네!" 언니는 못내 감탄하였다.

"언니, 빨리 비춰봐요."

"."

거울에다 자신을 비춰보던 언니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가 동생보다 더 고우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과는 딴판 달랐다. 동생이 자기보다 퍽 더 어여뻤다. 동생을 활짝 핀 한떨기 꽃송이라면 자기는 피지도 못한 꽃망울에 지나지 않았다.

"옜다. 네가 봐라. 난 치장하고 와서 다시 보겠다."

언니는 동생한테 거울을 넘겨주고 뾰로통해서 자리를 떴다.

언니가 화를 내고 가는 바람에 동생은 거울을 받아들고 감히 얼굴을 비춰보지 못하였다.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였다. 언니보다 더 고우리라곤 생각하여 본 적이 없는 그였다. 난 언니만큼 고울거야. 아니 꼭 언니를 닮았을거야. 한 어머니 배속에서 태어난 자매니깐...

"얘야, 넌 무슨 궁리가 있게 거울을 보지 않니?" 옆에 섰던 어머니가 어서 보라고 권하였다.

동생은 용기를 내어 자기의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보았다. 그는 깜짝 놀랐다. 제 얼굴이 이렇게 고우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다. 옥같이 말쑥한 얼굴, 웃음을 머금은 한 쌍의 눈, 촉촉한 입술, 가쯘한 이... 그는 너무도 기뻐서 살짝 웃었다. 두 볼에 볼우물(=보조개-운영자 주)이 폭 패였다.

"!"하고 그는 감탄하여 거울을 가슴에다 꼭 껴안았다.

언니는 머리를 감아서 다시 빗고 얼굴치장을 알뜰하게 하고 거울보러 왔다. 그래도 동생보다 곱지 않았다. 설마 이럴 수 있으랴 하고 생각한 언니는 자기 눈이 미심쩍었다. 그래서 그는 사흘이나 거울을 독차지하고 보고보고 또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생긴대로 비춰주는 거울인지라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언니는 부아가 치밀어올라서 "늙은 두상이 거울을 더럽게 만들었어."하고 투덜대며 거울을 백운봉에다 홱 뿌려 던졌다.

 

이때 백운봉의 벼랑 위에서 염불을 외우던 백운신령이 옥거울에 정수리를 얻어맞고 푹 고꾸라졌다. 그의 몸에서는 흰 피가 흘러나왔다. 흰 피는 석달 동안이나 옥을 파낸 옥동에 흘러들었고 백운신령은 석불로 변해 버렸다.

백운신령의 목에 걸렸던 염주만 바람에 서글프게 날렸다.

 

백운신령이 석불로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천궁의 둘째딸은 밤을 새우며 울었다. 이튿날 그는 백운봉에 내려와서 제상을 차려놓고 정성을 다하여 제를 지냈다. 그랬더니 석불의 목에 걸려있던 염주가 저절로 또르르 굴러서 흰 피가 고여있는 옥동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윽고 옥동에 고여있던 진득진득한 피는 맑디맑은 샘물로 변하였다.

 

제사를 지내고 나니 둘째딸은 목이 말랐다. 그는 옥동의 샘물을 세 모금 마시고 시원하게 세수까지 하였다.

 

그후부터 천궁의 둘째딸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더 고와져서 상아 아씨도 부러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샘이 강하고 질투가 심한 맏딸의 얼굴은 치장하면 할수록 점점 더 미워갔다. 나중에는 얼굴이 보기 흉측하게 되어 시녀들도 놀랄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옥동에서 흘러내리는 샘물이 백운신령의 혈장이 변한 것이라고 하여 옥장천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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