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335미터의 밤부를 지나 2,600미터의 도반으로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헬리콥터가 막 착륙하고 있었다. 마을마다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데 주로 생필품과 사람을 실어 나른다. 특히 고도가 높아질수록 조난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헬리콥터는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안나푸르나엔 'ABC 트레킹 경제학'이 있다고 한다. 헬리콥터 항공사 주주들은 대부분 롯지 주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해발이 높은 곳의 롯지 주인장들은 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폭설이나 눈사태가 발생하여 고립되는 경우, 트레킹 중에 부상을 당하거나 고산병에 걸릴 경우 트레커들은 어쩔 수 없이 헬리콥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눈사태가 나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400여 명의 트레커들이 고립된 적이 있었다. 귀국 일정이 촉박한 ..
밤부로 향하는 길은 대나무숲이 많이 나왔다. 이름 그래도 밤부다. 철로 만들어진 짧은 다리다. 마차푸차레는 더욱 가까이 보였다. 밤부의 경우 시누와보다 고도가 조금 낮아지기 때문에 돌계단 내리막이 나온다. 촘롱의 내리막보다는 한결 수월하다. 날씨도 좋았다. 이대로 가면 오늘 저녁까지 데우랄리에 도착하고, 내일은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거쳐 ABC까지 갈 수 있다.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밤부에 도착했다. 짙은 밀림 같은 숲이 나타났다. 조금 더 지나자 우리 성황당 같은 곳이 나온다. 힌두교 경전을 담은 깃발, 종, 꽃타래 같은 것들이 걸려있다. 주민들이 오가며 건강과 행복을 비는 곳이다. 밤부에서 만나는 첫 번째 롯지다. 해는 기울어지고 있지만 하늘은 청명하다. 왼쪽에 있는 설산..
시누와에 도착했다. 뒤돌아보니 촘롱이 또 까마득하게 보였다. 촘롱을 지나면 큰 시누와가 나오고, 더 올라가면 작은 시누와가 나온다. 우리가 잠을 잘 곳은 작은 시누와다. 촘롱에서 미친듯한 내리막을 내려온 만큼 작은 시누와까지는 다시 미친듯한 오르막이다. 큰 시누와 어느 롯지엔 아이들의 털신을 말리고 있었다. 습도가 높은 안나푸르나에선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빨래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서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린 트레킹 내내 거의 빨래를 하지 않았다. 양말과 속옷을 여러벌 준비해서 번갈아 갈아입는 방법을 택했는데 이 방법이 적절한 것 같았다. 작은 시누와에 도착했다. 롯지 앞 터가 넓은 공터에서 잠시 쉬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마차푸차레가 성큼 가까이 다가왔고 선명하게 보였다.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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