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335미터의 밤부를 지나 2,600미터의 도반으로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헬리콥터가 막 착륙하고 있었다. 마을마다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데 주로 생필품과 사람을 실어 나른다. 특히 고도가 높아질수록 조난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헬리콥터는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안나푸르나엔 'ABC 트레킹 경제학'이 있다고 한다. 헬리콥터 항공사 주주들은 대부분 롯지 주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해발이 높은 곳의 롯지 주인장들은 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폭설이나 눈사태가 발생하여 고립되는 경우, 트레킹 중에 부상을 당하거나 고산병에 걸릴 경우 트레커들은 어쩔 수 없이 헬리콥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눈사태가 나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400여 명의 트레커들이 고립된 적이 있었다. 귀국 일정이 촉박한 트레커들은 헬리콥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그 곳 롯지 주인장이 항공사 대주주였다. 그런데 하루에 헬리콥터로 실어 나를 수 있는 트레커는 고작 20~30명에 불과했다. 롯지 주인장은 앉아서 헬리콥터로 돈 벌고, 숙박과 음식으로 돈을 번 셈이다. 가이드 라마 씨는 이게 ‘ABC 트레킹 경제학’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도반에 도착했다. 오늘 데우랄리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쉴 틈도 없이 롯지를 지나쳤다.
도반 롯지를 지나자 독특한 지형과 바위들로 가득한 냇가가 나왔다. 그 길 위로 마차푸차레가 선명하게 보인다. ‘Destination ABC’라는 롯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청명하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짙은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았다. 고도가 높아지니 기후가 변화무쌍하다.
다시 길을 나섰다. 겨울인데도 해발 2,600미터에는 연보라색의 앵초 비슷한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방금 비가 왔었는지 땅이 축축했다. 비가 왔다가 그치고, 또 비가 왔다가 그치고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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