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언어(言語)란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을 말한다. 케냐의 고인류학자 리처드 리키(Richard Leakey)는 자신의 저서 《인류의 기원》에서 인간의 언어에 대해 “음소(音素)를 발성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유인원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은 50개의 음소를 가진 반면 유인원은 약 12개의 음소를 갖는다. 그렇지만 사람의 음소 사용 능력은 거의 무한하다. 음소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배열되어 평균적인 인간에게도 수십만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어휘를 부여해 주고, 그 단어들이 결합해 다시 무한한 문장을 생성할 수 있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빠르고 상세한 의사소통 능력과 풍부한 사고는 자연계의 다른 동물들과 견줄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이 언어를 획득하는 순간 인간과 다른 자연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심연이 생겼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어떻게 언어를 획득했을까? 이에 대한 인류학자나 생물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언어의 기원과 탄생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여러 가지 가설과 추측으로 퍼즐 조각을 맞추어 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쿠에틴 앳킨슨 박사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 언어는 5만 년에서 7만 년 전의 아프리카인들이 사용했던 단일 언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가 이러한 결론에 이른 것은 아프리카 지역의 방언들에서는 가장 많은 음소가 발견되었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가장 적은 수의 음소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측은 현생 인류가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탄생했고, 그 후로 전 대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언어가 다양한 언어로 파생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가설 역시 또 하나의 가설에 불과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생존을 위해 죽은 짐승의 뼈 속에서 골수를 발견했고, 그 결과 뇌 용량이 커졌고, 커진 뇌 용량에 따라 협업이라는 강력한 시스템을 손에 넣은 인간은 협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립보행을 하면서 목의 후두가 내려앉아 생긴 발성기관을 바탕으로 언어를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막 태어난 아기의 경우 다른 동물들처럼 후두의 높이가 비슷하다가 청소년기에 도달해서야 성인과 같은 높이로 후두가 자리 잡는다. 후두가 내려앉은 자리엔 성대가 자리 잡게 되어 발성을 할 수 있다.
아기가 ‘엄마’라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기까지는 평균 2만 번 연습한다고 한다. 발성기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채 태어났지만 수만 번 이상의 연습을 통해 겨우 단어 하나를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단어를 하나씩 하나씩 획득해나간다. 그러는 사이에 첫돌이 지나고 두 돌이 지나면서 후두가 목구멍 아래쪽으로 서서히 내려앉고 성장과 함께 성대라는 발성기관이 점차 자란다.
인간의 해부학적 특징은 왜 이러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까? 성대의 확장에는 인간의 진화에 어떤 숨은 의미가 있을법하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태어나서 유년기까지 부모나 집단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존재다. 물론 다른 포유류들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그래서 일정 기간 부모나 집단의 보호 아래 성장한다. 이 보호 아래서 부모나 집단의 무리들은 후손들에게 생존법을 학습시킨다. 육식동물의 경우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고, 초식동물의 경우 무리지어 있음으로써 생존율을 높이는 법을 가르치고, 조류의 경우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친다. 반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보호기간을 더 길게 가지면서 언어를 연습시키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다.
이러한 습성은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탄생되고 발전되어 왔는지를 말해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인류의 조상은 처음에는 눈에 흰자위를 만들어 교감을 주고받았고, 나무 위를 이동하던 손이 직립보행으로 보다 자유로워지면서 도구를 만들거나 '손짓 언어'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눈이나 손은 어떤 형태로든 교감을 하고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초 언어임에는 분명하다. 무성영화나 팬터마임 같은 무언극으로 적절하게 의미와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물론 위급한 상황에서 '손짓 언어'로만 위기를 피할 수는 없다. 다른 동물들이 신변에 위험을 느낄 때 괴성을 지르듯이 인간 역시 어떤 형태로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무리지어 이동하면서 사냥을 하고 적으로부터 신변을 지키기 위해 협업의 고도화는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협업을 선택한 인류의 선조는 협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언어를 만들어 냈고 발성기관이 발전하면서 보다 정교한 언어를 만들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신체를 이용한 언어의 개발과 발전으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됨에도 인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육성으로만 된 언어는 휘발성이어서 내뱉는 순간 사라지기 때문에 시공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정보와 지식이라 할지라도 육성으로 전달된 내용은 세대를 거치는 동안 변질되거나 사라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언어가 가진 최대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진화의 시간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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