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및 불체포특권 폐지에 대한 입장
다가오는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집니다. 정의당과 일각의 정치인들은 불체포특권이 ‘특권’이기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저는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할 부당한 특권으로만 바라보는 태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가진 부당한 특권이 있다면 내려놔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마저 내려놔서는 안 됩니다. 입법부는 국민의 대표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의정활동의 독립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국회의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 및 구금할 수 없도록 한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권력행사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즉, 불체포특권은 개인이 ‘내려놓을’ 수 있는 주관적인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의 사정권력에 굴하지 않고 제 기능을 하기 위해 고안된 헌법적 장치인 것입니다. 불체포특권이 폐지된다면,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 등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가 훼손될 위험성이 커집니다.
혹자는 "오늘날에는 영장실질심사 등 제도적 장치가 충분해, 불체포특권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나날이 비대해지는 검찰 권력만 봐도, 이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고자, 검찰권력을 전면 동원합니다. 검찰은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노조 때리기'라는 목표 하나로, 불공정하고 비논리적인 수사를 자행했습니다. 노동조합에 무려 '사용자에 대한 공갈협박죄'를 적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국가보안법 위반을 핑계 삼아 시민사회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했습니다. 이쯤 되면 정치적 낙인을 가하고자 없는 죄를 만드는 수준입니다. 무리한 구속영장 집행과 ‘곽상도 50억 뇌물죄 무죄’ 등의 비상식적인 판결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검찰정권의 탄압으로부터 국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불체포특권이 절실합니다.
물론 불체포특권을 악용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역대 국회에서도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이 불체포특권으로 인해 체포되지 않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불체포특권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적·법제도적 해결방안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 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주요 내용,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여 본회의에 보고한 뒤 해당 내용을 기초로 표결하는 방식의 법률 개정도 가능합니다. 행정부의 부당한 권력행사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면서도, 각 사안에 대해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를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수차례 이와 비슷한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었고, 충분히 검토할 만한 국외의 사례도 존재합니다. 각 정당들이 의지가 있다면 불체포특권에 관한 법적, 제도적 개선은 빠르게 합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빈대 무서워 초가삼간 다 태울 수는 없듯, 오용이 염려되어 불체포특권을 송두리째 폐지하자고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입니다. 특히나 삼권분립의 기초가 되는 헌법적 장치인 불체포특권을 폐지하자는 것은 현 시국에 매우 부적절한 주장입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검찰권력을 부당하게 동원한다는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여당이 불체포특권 오용 방지를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다음으로 불체포특권에 대한 입장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판단은 별도의 사안입니다. 아직까지 언론에서 며칠째 계속 언급되는 검찰의 170쪽짜리 영장 청구서를 공식적으로 제공받지 못해 매우 유감입니다만, 검찰이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는 체포 사유와 이재명 대표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봤습니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부동의 의사를 표하고자 합니다. 검찰이 제시한 이재명 대표의 체포사유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구속되어야 할 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대장동 사건에 대한 배임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설득력을 갖춘 물증과 타당한 법리는 단 한차례도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기어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검찰의 무리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소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치 검찰’의 면모뿐입니다.
또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의자에 대한 인신구속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르면, 구속의 사유는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을 때로 한정됩니다. 이재명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이자 국회의원입니다. 주거 부정이나 도주 우려의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이미 수백 번의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경기도청 등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수색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증거인멸의 우려 역시 매우 낮다고 판단합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다고 하여, 수사나 기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게 아닙니다. 불체포특권은 '불수사특권'이나 '불기소특권'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유죄가 확정되면 그 형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통해 인신을 구속할 게 아니라,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무죄를 가리면 됩니다.
구속을 통한 증거확보의 필요성보다 피의자 대항권과 인권 보장의 가치가 크다면, 구속 영장은 발부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재명 대표의 경우는 구속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은 케이스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검찰만 '구속이 필요하다'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구속영장 청구의 의도가 증거확보에 있지 않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번 체포동의안은 야당을 위협하고 국회의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데에 목표가 있다고 봅니다. 국회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대표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에 있습니다. 국회가 수사기관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누르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권력에 순응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미 국민 다수가 검찰 수사의 불공정함과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부결이야말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또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넘어, 검찰의 불공정 수사가 아닌 국회 차원의 특별검사 도입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으로 촉발된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의가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를 성찰하고, 균형과 견제의 과정을 보다 충실히 보장하는 방향의 법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저 역시 국회가 검찰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끈질기게 찾겠습니다.
2023년 2월 24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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