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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네 -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서 가마꾼(肩輿歎) - 정약용

by TNN 2022. 7. 15.
가마꾼(肩輿歎) - 정약용

 

知坐輿樂(인지좌여락)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네.

肩輿山峻阪(견여산준판)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를 때면,

捷若蹄山麌(첩약제산우) 빠르기가 산 타는 노루와 같고

肩輿不懸崿(견여불현악)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올 때면,

沛如歸笠羖(패여귀립고)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처럼 재빠르네.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가마 메고 깊은 골짜기 건너갈 때면,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다람쥐도 덩달아 같이 춤추네.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바위 옆을 지날 때에는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착경민교복) 오솔길 지날 때에는 종종걸음 걸어가네.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다볼 때는,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놀라서 혼이 나가 아찔하기만 하네.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평지를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귀에서 바람 소리 쌩쌩 난다네.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인즉슨

此樂必先數(차악필선수) 이 즐거움 맨 먼저 손꼽기 때문

紆回得官岾(우회득관점) 근근히 관첩(官帖)을 얻어만 와도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역속(役屬)들은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矧爾乘傳赴(신이승전부)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翰林)에게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오.

領吏操鞭扑(영이조편복) 고을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을 맡고,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수승(首僧)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네.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길쏘냐,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네.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가마꾼 숨소리 폭포 소리에 뒤섞이고

汙漿徹襤褸(오장철람루)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속속들이 젖어 가네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외진 모퉁이 지날 때 옆엣놈 뒤처지고,

陟險前者傴(척험전자구) 험한 곳 오를 때엔 앞엣놈 허리 숙여야 하네.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 자국 나고,

觸石趼未瘉(촉석견미유) 돌에 채여 부르튼 발 미쳐 낫지 못하네.

自痔以寧人(자치이영인)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케 해 주니,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하는 일 당나귀와 다를 바 하나 없네.

爾我本同胞(이아본동포) 너나 나나 본래는 똑같은 동포이고,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는데,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내 어찌 부끄럽고 안타깝지 않을쏘냐.

吾無德及汝(오무덕급여) 나의 덕이 너에게 미친 것 없었는데,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으리.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자쇠무내노) 자애로운 어버이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楢哿矣(승배유가의)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요.

哀彼嶺不戶(애피령불호) 영하호(嶺下戶) 백성들은 가련하고나.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雙馬)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네.

被驅如太鷄(피구여태계) 닭처럼 개처럼 내몰고 부리면서,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네.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예로부터 가마 타는 자 지킬 계율 있었는데,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려졌네.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밭 갈다가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以吐(반자포이토) 밥 먹다가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해.

無辜遭嗔暍(무고조진갈) 죄 없이 욕먹고 꾸중들으며,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그 때야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지만,

浩然揚傘去(호연양산거) 사또는 일산(日傘)쓰고 호연(浩然)히 가 버릴 뿐,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네.

力盡近其畝(역진근기무) 기진 맥진하여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지친 몸 신음 소리 실낱같은 목숨이네.

欲作肩與圖(욕작견여도) 이 가마 메는 그림 그려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임금님께 돌아가서 바치고 싶네.

 

정약용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1762년(영조 38년)에 경기 광주에서 태어났고 1836년(헌종 2년)에 사망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로  <경세유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 등 다양한 책을 저술했으며 사회적 모순을 혁파하고자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을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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